흔치 않는 기회와 책임

살면서 기회라는게 자주 찾아오지는 않는다.
기회가 찾아왔을때 놓치지 않고 잘 잡아야 한다.
그러나 기회를 잘 잡는 것보다 자기 책임을 다하는 것이 본분이 아닐까.

[박동희의 야구인] 김시진과 정재공의 삼고초려

“죄송합니다. 팀이 어려울 때 저 혼자 빠져나가는 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립니다. 이대로 코치진과 선수들을 두고 떠날 순 없습니다. 단장님. 이게 제 한계입니다. 죄송합니다. 오셨으니 술이나 한잔 들고 가시지요.”
김시진은 아무 말 없이 잔 한가득 양주를 따랐다. 정재공도 말문을 닫고서 술만 마셨다. 연거푸 양주를 마신 두 이는 악수를 한 뒤 조용히 헤어졌다.

얼마 후, 김익환 KIA 사장은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에게 김시진 코치 영입을 하려다 실패했단 이야기를 들려줬다. 정 회장은 현대 고위층을 불러 “어떻게 선수단 관리를 하기에 타팀에서 코치 영입을 하려는 데도 몰랐느냐”며 야단쳤다. 하지만, 한편으론 김시진에게 흐뭇한 감정을 느꼈다.

야구계에선 이때 일이 김시진이 김재박의 후임으로 현대 감독이 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기회는 기다리면 언젠간 옵니다. 문제는 무엇이 기회이냐는 겁니다. 전 현대 선수단과 끝까지 함께 남는 책임이 좋은 대우로 다른 팀에 가는 것보다 더 훌륭한 기회라고 봤어요. 운이 좋아 그후 현대 감독이 됐지요.”